• 문경의

작품설명
전시제목 : 할아버지의 키티인형 

- 부드럽게 품는 마음에 대하여

 나의 그림에 대해서 글을 쓰는 일은 언제나 어렵게 느껴진다. 손끝의 움직임과 캔버스의 변화에 완전히 몰입하는 그 때, 말하고 생각하는 ‘나’는 어느새 사라지기 때문이다. 선명했던 자아의 경계가 흩어지고, 나는 눈앞의 화면에 스며든다. 그리기 행위의 주체인 자아는 실종되고, 의도된 그리기와 우연한 그려짐이 서로 뒤섞인다. 나는 캔버스
가 열어놓은 소우주(小宇宙)의 범신론적 신이 되는 듯한 희열에 취한다. 화가들이 종종 ‘그 분이 오셨다’는 무속 신앙 투의 표현을 쓰는 것도, 물아일체로 충만해지는 그리기 체험의 간증일 듯하다. 지금 칠해지는 이 색의 드러난 모습은, 그 다음 이어지는 색칠로 내 손을 끌고간다. 분신사바처럼 내가 그 끝을 모르는 무언가가 내 손을 움직인다. 완성된 그림의 배후는 그 이전 상태의 그림이고, 그 상태의 배후는 또다시 그 이전상태의 그림이기에, 나의 첫터치에서 모든 것이 계획된 그림인 양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부분이 우연적이고, 그렇다고 우연이라고 말하기에는 그 과정에서 선택들은 너무나 필연적이다.

 결과적인 종착지가 어찌되었든, 이번 개인전에서 나의 그리기 여정의 출발은 무언가를 소중히 하는 마음, 따뜻한 바라봄을 시각화하고 싶다는 야심찬 기획에서 비롯된다. 전시의 타이틀 ‘할아버지의 키티인형’은 영등포역 다이소 매장에서 폭신폭신해 보이는 인형 하나를 소중히 안고 나오시던 앙상한 할아버지를 보았던 기억과, 창문에 작은 인형을 세네개를 놓고 운전하시던 버스 기사님에 대한 기억과,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 겨우 받았던 하얀 키티 인형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가급적 만지지 않으려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주관적으로 짜깁기하여 만든 가상의 인물의, 가상의 사물이다. 몇가지 경험을 이어붙여 가상의 인물을 구체화하는 상상은, 내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기도 하다. ‘할아버지의 키티인형’은 어떤 사회현상의 아이콘이 아니라 그저 그만의 포근한 사물이다. ‘예쁘다’는 말 조차 저열한 희롱으로 들릴 정도로 천지사방에 범람하는 포르노적 관음증과 물신숭배의 블랙홀이 아름다움을 향한 모든 이야기를 폭력으로 물들이는 와중에, 욕망이라는 단어가 결코 담아내지 못하는 마음들, 관조하면서 소중하게 바라보는 시선과 만지지 않는 손길의 상냥함을 뭉쳐내면 둥근 인형의 형태가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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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 서양철학전공 석사과정 수료
2013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전공 학사

개인전

2019 할아버지의 키티  인형, 스페이스D

2015 복숭아 모닥불 (서울문화재단 유망예술지원사업 99°C), 작업직판장, 서울, 한국

2014 Friendly Freckles, 갤러리현대 윈도우, 서울, 한국


그룹전

2019 AFTERLIFE, 우정국, 서울, 한국
2018 3x3 희지스 하우스, 시청각, 서울, 한국
2015 서울문화재단 유망예술지원사업 99°C 선정작가 4인 쇼케이스전, 서교예술실험센터, 서울, 한국
2015 오늘의 살롱 2, 커먼센터, 서울, 한국
2014 Crossing Borders, 인디아트홀 공, 서울,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