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환

작품설명
기억의 한 시리즈   2018 ~ 2019

추억이란 것이 누구에게나 바꿀 수도 없는 자산이다. 오직 망각으로 인해서 사라지는 존재라, 그때까지는 각자 주변에서 항상 서성이고 있다. 누구에게는 두려운 존재일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활력소가 되는, 긍정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이 전시에서는 작가의 추억을 토대로 그린 디지털 일러스트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 작품들은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특정 기억에 의해 형성된 내적 갈등을 해소시키기 위한 행위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극히 개인적인 주제로 한 이 전시회는 노을이 지는 시간에 아름답게만 그려진 것들만 보여주는 것 같지만, 작품 속에서는 잘 등장 안 하는 작가의 내면에서 문득 기억나는 추억들로 인해 지금 이 현실은 그때처럼 만족을 하지 못해 계속 과거에 맴도는 작가의 모습을 어렴풋이 보여주기도 한다.
나는 영국으로 유학을 가 대학 생활을 할 때부터 향수병에 시달렸다. 집으로 돌아가고픈 심정이 아니라, 특정 시기로 돌아가고픈 마음 병 이였다. 종종 현실에서 사는지 잊을 때도 있다. 그나마 현실로 다시 인지하게끔 할 때가 날씨가 맑고 노을이 질 때이다. 그 시간이 가장 아름답고 내가 좋아하는 시간이다. 부드러운 붉은 물감이 세상의 끝에서 퍼지면서 어둠으로 녹는 걸 바라보면 생각이 저절로 정리가 되곤 한다. 과거의 꿈 속이 과연 현실인지 아닌지 이제는 분간이 안 된다. 항상 노을이 지는 시간에서 멈춘 저 세상에서 난 항상 있을 것이며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 내 시간은 항상 이렇게 따뜻하고 주황빛으로 물든 날이었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 날이 밝아지면 추한 내 모습을 볼 까봐 두렵기도 하다.
디지털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유용하면서도 편리성을 주는 존재이지만, 이로 인해서 각자의 주변을 무관심 속으로 두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주변환경, 인간관계, 추억 등 다 디지털화된 사진 속에 저장할 수도 있고, 그래서인지 뭔가 빨리 지나가고 사라지게 되고, 내 머리 속에는 남아 있지가 않게 된다. 차갑다는 느낌 밖에는 들지가 않는다. 디지털이라는 자체도 아무리 기술이 좋아졌다 하더라도 결과물에서는 그 특유의 차가움이라는 느낌을 주어서 '아, 이건 실물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실사라고 잠시 착각을 한다. 나는 이 디지털기법이 나를 잘 대변해 준다고 생각한다. 나의 기억들도 좋지만, 돌이켜 보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들이기 때문에 차갑게만 느껴지게 된다. 하지만 이게 곧 내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심정이기도 하다. 
가족들이 언제 한번 이렇게 질문을 해봤다. '왜 작품들 이름이 한이야? 좋은 기억들 아냐?' 좋은 기억들 맞다. 나를 행복하게 해줬고, 항상 그 시간 속에서 있고 싶은 날들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일들 때문에 그 후의 시간들이 조금 힘들게 만들기도 하다. 다들 느껴봤다고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것들이 계속 떠올라서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이 되면 어떤가? 힘이 날 때도 있기는 하지만, 나는 그 때 그 시간으로 가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어 힘들어진다. 생각이 그 시간으로 가게 되면 오랫동안 못 빠져 나온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때도 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존재들인데 어찌 좋은 관계라고 할 수 있겠는가 싶다. 그래서 액자 틀 속 에  봉인한 것 같이 시각적으로 보이게끔 뽑아 내 머리에서 없애기 위해 이 시리즈를 시작한 것이기도 하다. 왜 다들 소원을 이루어지지 못한 게 있으면 한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기억들이 나를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하도록 만든 작품인지라 '기억의 한'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그러나 노을이라는 것이 한가지 재미있는 것이 있는데, 생각을 정리하고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노을이 들어간 특정 배경에 대한 그리움을 증폭시키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 그 뜻은 그림을 볼 때마다 향수병이 짙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과연 기억들은 작가 의도대로 완전히 봉인한 것일까? 아니면, 노을이라는 매개체가 작가에게는 현실을 자각하게 만드는 매개체라 상관 없는 것인가? 각자 판단에 맡기겠다.  
영화 인셉션 이 요번 시리즈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거기서 주인공인 코브가 죽은 아내 멜 때문에 계속 꿈에서 과거를 재건축하여 과거와 현실을 계속 왔다갔다한다. 또한 멜이 죽었는데, 이유가 현실과 꿈이라는 가상을 구분을 못하고 깨기 위해서였다. 꿈에서 깨어날 유일한 방법은 오직 죽음이다. 코브가 꿈에서 깨야 할 시간이라고 알려주려고 심은 작은 아이디어 때문에 현실이 곧 가상 세계라고 생각해 현실 세계에서 자살을 택했다.덕분에 코브는 아내와 함께한 과거의 그리움 때문에, 그리고 자기 자신을 용서 못 했기 때문에 현재와 과거를 계속 오가고 있었다. 현재 나는 코브와 같은 상황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언젠가는 멜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아니면 벌써 멜처럼 된 것일 수도 있겠다. 자기 자신 스스로 노을이라는 '현재 = 과거(꿈)'이라는 생각을 심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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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Goldsmiths College, University of London BA Fine Arts 졸업, 런던, 영국

개인전

2019 RE: all, Re all REal'l, 갤러리 600, 고양시청, 한국

2019 카페 열하루, 서울, 한국

2019 큐커피 카페, 일산, 한국


그룹전

2019 ASYAAF 참여작가 선정, 서울, 한국

2014 미술과 학생 단체전, Menier Gallery, 런던, 영국

2013 EV Project Part 7: Portrait; Emoa Gallery, 뉴욕, 미국

2012 EV Project Part 5: Paintings; Emoa Gallery, 뉴욕, 미국


입선

2019 제 12회 컬처플 아트&디자인 첼린지 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