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은빈

작품설명
바다 속을 여행하는 아기를 그리는 주은빈 작가입니다. 
나는 앞으로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할까? 어디로 가야 행복할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정해진 삶 속에 안주하고 틀 안에 갇혀 지내는 것이 더 편하고 익숙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삶을 답답해하고 지루해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중적인 면을 바라보았을 때 저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어떠한 상황에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계속해서 변합니다. 제 그림을 통해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삶 속에서 소소한 일에도 즐거움을 느끼고 무뎌진 감각이 되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는 막연하고 불안한 여정이 아닌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한 여행을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바다 속 물고기들과 형형색색의 산호초들의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세계를 함께 탐험해 나가면 어떨까요?




낮에는 따뜻한 햇살과 바람을 느낄 수 있고 밤이 되면 덥지도 춥지도 서늘하지도 않은 날이 아주 적당한 10월 어느 날. 
집에 들어가기 싫은 그런 날 적막을 피해 친구와 함께 밤공기를 쐬러 무작정 나와 걸었다. 새벽이 다 될 때 즈음 서울 시내 한복판 뻥 뚫린 도로, 사람 없는 거리, 높이 솟은 고층 건물들 사이를 거닐면서 자유를 만끽하던 중 한 건물에 밝은 빛이 눈에 띄어 홀리듯 들어갔다. 아직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나 보다. 늦게까지 개방되어 있는 것을 보면.
로비 한 가운데에 위치한 원기둥 수족관 속 물고기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크지도 작지도 않은 물고기 여러 마리와 진짜 산호인지 만들어진 모형인지 알 수 없는 예쁜 조형물들이 함께 뒤섞여 있었다.
몇 안 되는 사람들도 이미 들어와 구경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도 우리처럼 홀리듯 들어왔을 것이다. 원기둥 가까이 다가가 불멍(?)하듯 가만히 지켜본다. 시선들은 제각각 다르다. 그들의 시선은 어디서 머물고 어디로 옮겨가는 것일까?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궁금하면서 나도 가만히 지켜보았다.
한 두 마리 무리에서 일탈하며 자유분방하게 헤엄치는 물고기가 있는 반면 대부분은 같은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며 빙글빙글 돌기만 했다. 열심히 열심히 꼬리와 지느러미를 흔들면서 같은 자리를 맴돈다.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는 눈을 부릅뜨고.
너희는 무슨 생각을 하며 헤엄치는 거니, 한 방향으로만 가는 이유가 뭐니, 지루하지 않니, 아니면 한 바퀴 돌기도 전에 까먹는 거니? 온갖 생각이 들었다. 멍청한 건지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 그냥 그 행위 자체에 큰 문제가 없어서 평생 그렇게 열심히 돌다가 죽는 건지 등등..

문득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했다. 반복되는 일상, 같은 시간, 같은 사람, 같은 공간, 같은 움직임, 같은 생각, 좁은 생각. 점점 내 안의 에너지가 사라지고 활력이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생각을 하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반응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 듯한 느낌도 받았다. (정신이 딱딱해지니 몸도 딱딱해졌고 정신이 무거우니 몸도 무거워졌다.)
심하게 말하면 눈을 감고도 생활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나는 더 다양한 것을 느끼고 싶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고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싶다.
그런 용기가 생겼다. 나는 매우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지만 눈을 감고도 생각을 하지 않아도 살아지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뭔가 더 알고 싶다.
그러려면 내 안에 절제하고 숨겨 놓았던 생각 혹은 감정들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다. 내가 아무 조건 없이 가장 사랑하고 즐거워했던 그림 그리기. 내가 가장 오랫동안 함께 해왔던 그림을 다시 그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이 무엇인지 알아가려고 이제 막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중심(기준)이 세워져야 하는데 나는 지금껏 기준을 뚜렷하게 세워놓고 그것 만이 옳다고 믿고 살아왔다. 그런데 살면서 점점 답답함을 느끼고 숨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도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놓지 못해 집착하고 붙잡고 있었다.
좁은 생각, 갇힌 생각만 하니 다른 것들이 눈과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느 순간 내가 붙잡고 있었던 것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나의 기준이, 나의 계획이, 나의 모든 것이 완전히 사라졌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나니 삶이 막막했다. 어두운 심연에서 꽤 오랜 시간을 허우적거렸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을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을 경험해 보아야 한다.
직접 느껴보고 영향을 받은 내 모습이 좋게 느껴져야 한다. 내가 내 모습에 만족이 되었을 때 하나씩 세워가면 된다. 그 기준이 옳은지 그른지는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나 자신에게 적합한..
정답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선택지들 중에서 내게 적합한 것들을 쏙쏙 뽑아 내가 원하는 나를 만들어가면 된다. 

그림을 통해서 내가 생각하는 방향을 전달하고 싶다. 이미 원하는 삶을 이루어 나가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또는 이러한 고민을 하지 않고 만족하며 사는 사람들도 많다. 나처럼 고민하고 방황하고 있는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혹은 내 그림을 통해서 그냥 따뜻함이 느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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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이화여자대학교 조소과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 복수전공 졸업
2010 계원예술고등학교 미술과 서양화 졸업

그룹전

2020 아시아프,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2015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졸업전시

2014 이화여자대학교 May 그룹전시


수상경력

2020 아시아프,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2020 제1회 쳥년미술대전 입선